My Hysteric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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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fe。/Monology、

어버이날 선물 feat.추억팔이

Jayvoko 2017. 5. 7. 16:16

매년 돌아오는 어버이 날.

이번엔 뭔가 뜻깊은 선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얼마전부터 퍼그를 키우고 싶다하시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

참고로,

우리집에서는 17년동안 퍼그와 같이 생활했었고,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었다.

이제부터 추억을 끄집어내서 얘길해보자면...

이름은 "빌리"라고 엄마가 지어주셨었음.

(왜 하고많은 이름중에 빌리였는지는 기억이....)

나이들었을 때의 모습이라 흰 수염이 눈에 띈다.

참으로 우리가족에게 특별한 아이였다.

순하고 착하고...이런 애가 또 있을 수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빌리가 15살(개의 나이로)이 되었을 때엔 앞 두다리를 전혀 쓰질 못해서[각주:1]

대소변을 누워있는 자리에서 보고, 자기 힘으로 일어서질 못하니 

낑낑 거리는 소리만 낼 수 있는게 빌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나나 우리 가족들이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매번 씻겨주고

밖에 나갈때엔 아예 사람 애기처럼 등에 업고 다녔었다.

그래도 오래 같이 지내기만을 바랐었다.

그렇게 산에 가는걸 좋아하던 아이가, 앞 다리를 전혀 쓰질 못해서

기어다니는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다.

위에서 말했듯이 대소변이 몸에 묻어 빌리를 씻겨줄 때엔 

나도 모르게 수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그 상태로 2년넘게 지내던 어느 날,

빌리 배에 큰 혹(종양)까지 있던터라 엄마는 그 혹이라도 제거해서

편하게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혹이 너무 컸기에, 기어다니면서 혹이 바닥에 쓸려 피부가 까졌음)

수의사는 빌리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마취를 하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설령 그게 마지막이라해도 엄마는 그 큰 혹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빌리를 그냥 둘 수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결국...

우려했던대로 빌리는 마취에서 깨어나질 못했고

그대로 잠들었다.

엄마는 당신의 탓이라며 미동도 없는 빌리를 껴안고 펑펑 우셨고

소식을 듣고 달려간 병원에서 나도 빌리를 안고 펑펑 울었다.

살면서 한 번도 눈물을 보지못했던 아버지의 눈물을 그 때 처음 봤고,

특히 엄마는 몇날 며칠을 우셔서 기운이 다 빠지셨을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도 모두 엄청나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오랜시간 반려동물과 지내다가 떠나보낼 때의 슬픔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것...

그래서,

그 뒤로 절대 강아지(특히 퍼그)를 키우지 않겠다고 부모님은 다짐하셨다.


시간은 흘러 형과 내가 결혼을 해서 모두 분가를 한지도 6, 7년이 지나고...

집에는 부모님만 계시는 상태가 되다보니, 아버지께서 많이 적적해 하셨다.

빌리가 떠난지도 10년이 넘었고

아버지도 슬픔보다는 그리움이 날이 갈수록 커지셔서

이제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 할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생기셨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얼마전부터 퍼그분양을 알아봐 달라고 말씀하시길래,

이번 어버이 날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음.

샵에서 분양받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정분양으로 정말정말 어렵게 한 아이를 데려왔다.

어찌나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이 아이를 두 손에 받아든 순간, 나도 모르게 빌리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날 뻔했다.


이 아이의 부모에게는 연신 

"데려가서 미안해, 대신 정말 예뻐해주고 건강하게 잘 키울게"라고 말해줬다.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ㅋㅋ;;


일부러 가족들이 만나는 당일날까지도 말씀 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서프라이즈~~로 부모님께 안겨드리니,

부모님은 입이 떡-벌어지신 상태에서 엄청 놀라시면서도 행복해 하심ㅋ

아래사진들은 부모님께서 찍어 보내주신 사진들.

어제 안겨드린 이후로 지금 이 시간까지 

두 분의 웃음이 수화기 너머로 끊이질 않는것을 듣고 있으니

나도 괜시리 행복해진다.


너에게 바라는건 딱 한가지...

제발 언제나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

그리고 고맙다 빌리야.




  1. 어린시절 가벼운 차사고가 있었는데, 나이들고 나니 그게 어느정도 원인이 되었고, 퇴행성 관절염도 있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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